왕바퀴~~~
작성일 12-10-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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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차드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344회 댓글 17건본문
그러더니 열린 창문틈으로 어마어마한 날개미(이 칭호가 학술적으로 용인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들이
전등을 향해 엄청 몰려 오더군요.
파리채를 들고 다시 창문밖으로 쫓으려고 날려봐도 얘네들이 나가겠습니까..하하
헛손질만 계속 되었지요.
딸아이가 얼마전 장만해 두었던
건전지 넣은 전기 고문 배드민트채 비슷한 것을 꺼내 들어
전등밑에서 그냥 살짝 그들의 움직임의 동선만 따라 가니 모두 나가 떨어져 방바닥을 뒹굽니다.
거실에서 T.V.를 볼때 야금야금 제 가녀린 몸(?)을 향해 질주해 달려드는 모기들을 이 전기 파리채로는 잡지 못해
고장난 거라고 생각하고 방치해 두었었는데 오늘 제대로 효과 보았습니다.
아마도 날쎈 모기로는 망자체가 작았던 모양입니다.
반면 날개미는 움직임이 적어 쉽게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여전히 모기는 잘 못잡고 있지만..
바퀴벌레는 공룡시대때 부터 지금까지 악랄하게 생존해 있는 잔당이라고 합니다.
얘는 정말 너무도 밉습니다.
작은 바퀴벌레는 인기척을 느끼고 우리가 잡으려 들면 벽의 모서리에 딱 버팁니다.
그 장소는 잡기에 아주 어려운 사각지대 인거를 아는 거지요.
벌레가 이런 걸 안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쁩니다.
아무리 생존의 본능이 강하더라도 이따위 하찮고 작은 개체에 인간이 농락당하는 것 같아
분하기까지 합니다.
왕바퀴벌레(제가 이렇게 까지 좋은 호칭을 써줘야 하나요?) 아니,
못돼 쳐먹게 생긴 큰 바퀴벌레(이 표현이 조금 위로가 됩니다)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면 부리나케 서랍밑이나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어 버립니다.
우리 시야를 읽고 있다는 것이 너무 기분 나쁩니다.
이 녀석을, 아니 이 못된 녀석을 필리핀 초기에 만났을때는 기겁을 하며 한국산 에프 킬러를 뿌려 댔었죠.
그걸 맞아도 쉽게 죽기나 하나요?
우리 성격에는 쫙 뻗어 누워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볼때까지 스프레이를 뿌려 줘야 직성이 풀리지요.
그런데 이 못돼 쳐먹게 생긴 바퀴벌레의 출몰이 잦다보니
에프 킬러값이 만만잖게 들어 가더군요.
저 보다 먼저 필리핀 생활을 하신 저의 형님 왈, "신문지로 잡어"
그 이후로 집에 있던 교민지를 단단하게 묶고 쥐어 한 방에 때려 잡으려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더라구요.
저도 은근히 겁이 나고 이 녀석이 제가 웅켜진 신문지를 피해 달아 가는 모습은
정말 "빗사이로 막가"였습니다.
그러다 책장밑으로 숨어 버려서 책장을 들어낸 후 정면 도전하기도 조금 겁도 나고.
그렇다고 그냥 자기에는 찝찝하고..
정말 어떤 밤은 용기있게 책장을 들어내 보기도 했는데 오리무중..
자면서 악몽도 꾸고...
신문지로 이 거지같은, 교묘하고 악랄한 바퀴벌레를 운좋게 잡아도 문제가 또 있더라고요.
손에 너무 힘이 들어가다보니 정작 잡기는 했는데 이 녀석이 바닥에 만들어 놓는 내장의 분비물,,
아, 이건 제 잘못이지요..
얘도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겠지요..단지 제 손목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리..
알콜로 그 장소를 뿌려도( 성묘가서 고인을 기리며 소주를 묘지에 뿌리는 것과 같은 문화 행태인지도,,)
영 불결한 생각을 떨칠 수 없지요.
해결책은 국산 파리채에 있었습니다.
파리채로 치니 정확도가 99%입니다.
또한 내장이 터지질 않고 죽을 만큼만의 데미지를 줍니다.
걔도 한 生이었는데 내장까지 터져 죽음을 목도한 이들에게 추한 모습 보이지 않아 좋고
우리도 끔찍한 뒷처리하지 않아 좋고..
서로 좋습니다.
아마도 국산 파리채 덕에 거의 인류와 함께한 그 못돼먹고 악랄하고 하찮고 야비한 한 개체의 종말이
서서히 다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산 파리채, 만세!
중국산 건전지 용 배드민트채 비슷한 거지같고 교묘하고 비열하며 알미운 저질 바퀴벌레 잡이채 만만세!!!
*차마 식사중일때 이 포스팅을 클릭하실까봐 그 못돼쳐먹었고 악랄하고 비열하기 그지없고 야비하기만하고
그냥 쓸데없이 덩치만 큰 바퀴벌레의 인증샷은 생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