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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과는 골프 치기 싫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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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싱글골퍼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1,244회 작성일 11-03-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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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 쪽에 있는 지산 골프장을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실 껍니다.

그 곳은 웬만해선 2온하지 못하는 게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린이 워낙 운동장이라 심하게 생크만 안 낸다면..

보통의 경우 한클럽 정도 덜치고 더 쳐도 다 올라갑니다.. 정말 그 그린의 광활함이란...

서코스의 한 홀의 그린은 그린 안에 계곡도 있습니다 ^^;

 

바로 그 지산에서 라운딩을 할 때입니다.

 

물론.. 일주일 전의 그 전화를 저는 잊을 수가 없지요..

절대 울려서는 안 되는 전화.. 그것도 골프 부킹 전화로는 절대로 받지 말아야할 전화가 왔습니다..

그 선배는 저랑은 대학학부는 물론 대학원 석박사 과정 지도교수님도 같은 사람입니다.

골프를 치기 전까지 저는 그 선배랑 일주일에 거의 서너번을 만날 정도로 친한 사이였죠..

골프를 치기 전까진...

 

그 선배가 제게 골프를 권했습니다. 그건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고마운..

절대로 잊지 말아야할 은혜인 것은 사실입니다.

골프 채 풀 세트로 사준다해놓구 입 씻은 것만 빼고는요..

 

"어 **냐?? 형이다."

"어~~ 형이야?? (알아 알아.. 전화번호 다 찍히거든.. 요즘은..)"

"웬일로 전화했어??(이 뜻알지?? 너 골프치자 할 거 다 알지만 제발 피해달라는 의도야.. 이건.. 공부해서 알잖아..)

"하나 적어놔라.."

(안돼.. 또 부킹했다는 거구나.. 제발..)

" *월 *일 *시 지산 동코스"

(그게 지산이 아니지.. 지옥이지.. '지'자 돌림이라고 헷갈리는구나..)

"어.. 어.. 그~~으~~래??(이 꺼리껴함을 알지?? 느끼지?? )

"응, **랑 셋이 치는 거야"

(다른 누가 함께 치겠니..ㅠ.ㅜ 그 선수랑 나 빼고는..)

"누구 더 갈 사람 없나?? 네명이 쳐야 재미나는데??"

(누구?? 누굴 원해?? 짐까지 한 20명은 붙여줬었다.. 그 사람들 이제 나두 못 만나..)

"혹시 네가 구하면 말해라 자리 비워놓구 있을께.. 그날 클럽 하우스에서 보자"

"어어.. 그래.. 알겠어..(알겠다고.. 먼 자릴 비워.. 그 자린 언제나 비었지.. 에혀..)

 

운명의 그 날은 또 그렇게 빨리도 찾아왔습니다.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만난 그는 예의 그 후질근한 복장에 10년쯤 써서 이젠 빛이 바랜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는 강남의 60평대 아파트에 살고 외제차를 몰며 당연히 연봉은 수억을 받는 사람입니다.)

 

"어 왔냐? 한 사람 더 구했나??"

"아 아냐.. 요즘 시즌이라.. 다들 바쁘네 ㅎㅎ(미친다.. 알잖어?? 몰라 정말?? 내 고등학교 친구 한명은 나더러 죽인데..

앞으로 골프 치자고 연락하면..)"

"** 야는 맨날 늦어.. 우리끼리 식사할까??"

"그러자 형.. 머 사정이 있겠지(조금이라도 덜 보고싶겠지..나두 배추국집에서 먹고 올까 했어...)"

 

그리고 우리는 나머지 한사람과 함세해서 필드로 나섰습니다.

동코스가 스타트였습니다.

동코스 1번은 굉장히 짧은 파4입니다. 원온은 까리하고.. 아연 티샷이 좋지요..

그 선배는 드라이버를 잡습니다. 그리곤 자기의 프리샷 루틴을 가져갑니다.

 

자....

 

일단 빈스윙 3번쯤 합니다. 그것두 아주 온 몸을 뒤틀어가며 이상한 폼입니다.

그것도 좋죠.. 머 자기 루틴이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셋업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천천히 백스윙..

 

그리고는!!

다시 연습 스윙을 한 세번쯤 합니다 ㅡㅡ^

캐디는 탁구 치는 것두 아니고 회원과 페어웨이를 번갈아 고개를 돌려가며 공을 찾으려합니다.

없지요.. 없습니다... 공은 여전히 티 위에 있거든요...

그렇게 우리 모두가 탈진해가고 있을 때 갑자기

"땅~~" 하고 공을 칩니다.

 

캐디는 허를 찔렸지만 열심히 공을 찾습니다..

없지요.. 없습니다.. 공은 오비 존으로 나갔거든요..

완벽한 슬라이스입니다. 그렇게까지 당겨가며 치킨 윙을 해서 스윙을 하니

공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어쨌든 그 공은 그 선배의 시달림에 못견뎌 깊은 계곡으로 도망쳐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도피및 탈출이 불가능합니다. 앞으로 17개 홀이 남았거든요..

 

"아씨.."

(아~~ 님은 왔습니다.. 지겨운 님은 또 시작되었습니다.. 푸른 소나무밭 사이로 난 계곡으로 공이 사라지고는

우리의 지겨운 님은 또 찾아왔습니다..)

"백스윙 딱 드는데 누가 떠드는 거야??"

(허걱.. 우린 아무도.. 소리는 커냥 숨도 안 쉬었었어요..)

"아.. 증말 남이 샷할 때는 말야..."

(제 1악장 라르고 : 초반에 짜증으로 시작하여 최소한 상대방 억장이 무너질 기본 조건 갖추기)

 

오비 말뚝에서의 4번째 샷

우리 모두는 이제 얼음이 되었습니다.

캐디는 손으로 입까지 가립니다. 혹시나 뒤팀이나 옆홀에서 소리가 날까봐 두근두근합니다.

새라도 한마리 날아들면 확 죽여버릴 정도의 살기도 제겐 갖추어져있습니다.

 

"틱"

어라?? 틱?? 딱이 아니고??

 

포온 실패입니다.. 아.. 우리 선배는 그 아무나 쳐도 막 나간다는 비싼 아연을 들고도

그 넓은 스윗스팟을 다 버리고 가 가느다란.. 마치 배드민턴 선수들 연습때나 쓸 토우 부분 끝의 샤프트로 때립니다.

고난도 기술입니다.. 감히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린 앞 벙커로 갑니다..

"휴.."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그 벙커 아니었으면 또 오비였거든요..

그러나 우리는 너무 순진했습니다.. 벙커는 그곳에 있으면 안되는 것이었더군요..

코스 설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집니다.. 이건 상식이 어쩌고 저쩌고..

결국 그 선배는 그 홀을 벙커에서 끝냅니다. 그에겐 그곳이 너무 깊었던 거지요..

 

그렇게 우리의 라운딩은 한홀 두 홀 쌓여갑니다.

캐디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피로와 짜증도 쌓여갑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지.. 제 가여운 뇌는 용량 초과로 버벅대고

심지어 9번 쳐야할 거리에서 6번을 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라이는 이미 읽기를 포기했지요..

최대한 빨리 칩니다. 얼릉 얼릉 이 라운딩이 끝나길 기원하고 또 기원합니다.

그 선배의 공이 벙커에 빠지면 우리가 몰래 집어내서 벙커 턱에 올려놓습니다.

물론 그 때 나머지 선수는 선배의 시선을 가로막아 은폐하지요..

그럼 뭐합니까.. 거기서 다시 벙커로도 넣어버리는데...ㅠ.ㅜ

 

실력이 떨어지는 거야.. 누가 뭐라하겠습니까...

하지만.. 빈스윙 평균 6개 이상.. 매 샷 짜증 멘트 일발.. 모든 샷 남 탓하기..

연습장 좀 가자하면 자긴 필드가 연습장이라 하고...

 

결국 어찌어찌해서 라운딩이 끝났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냐.. 이렇게 마음 속으로 욕만 할 것이 아니지.. 저러다 저 선배 완전 왕따되니..

소주 한잔 하자 해서 바꿀 건 좀 바꿔야겠다.'

 

그리곤 셋이 강남의 모 음식점에 가서 한잔 하고

2차 가자고 꼬득여 룸방에 갑니다.

술은 이미 거나해졌고 다들 분위기도 눅어졌길래

한마디 시작합니다.

"형.. 내가 진심으로 형을 걱정해서 하는 이야긴데...

어라 의외로 이야기가 잘 풀립니다.

"어 내가 그랬어?? 그럼 안 되지.. 다른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면.. 내가 당장 바꿀께!!"

"야!! 역시 우리 형이야!! 형 사랑해!!"

폭탄주가 오고가고.. 노래 부르고 부등켜 안고.. 정말 행복합니다. ㅎㅎ

그 자리에서 당장 다음 부킹을 잡습니다.

저두 한명 무조건 더 데려오기로 하고 물론 꼬득여 놓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흐뭇하고 행복한 기분으로 지산 동코스 1번홀에 섭니다.

또다시 기나긴 프리샷 루틴이 시작됩니다. 머 좋습니다. 그걸 어떻게 단기간에 바꾸겠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프리샷 루틴이야 얼마든지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씨.. 누가 나 빽 스윙하는데 장갑 열었어?? 이건 말야 기본이.............."

 

저는 지금 한국에서는 골프 끊은 걸루 알고 있습니다....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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